AI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당연한 명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Open AI의 챗 GPT가 출시된 이후 수많은 기업과 직무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AI가 가져온 업무 혁신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에 나섰고, 기업과 조직 역시 AI가 가져올 혁신에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추세 역시 생성형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채용하거나 양성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끼리 연합하거나 기업들과 대학들이 협력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올해 1월, Open AI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산학협력 체결입니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은 지난 1월 18일 Open AI와 협력하는 최초의 고등 교육기관이 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생성형 AI기술과 애리조나주립대학의 핵심 지식을 활용해 교육 기술을 혁신하고 학술 연구를 지원, 행정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이번 산학협력의 목표인데요.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산학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과 대학 간의 생성형 AI 협력
Open AI-애리조나주립대학의 사례와 같이, 국내에서도 특정 과제를 목표로 기업과 대학이 협력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2021년 5월 설립된 ‘서울대-네이버 초대규모 AI 연구센터(SNU-NAVER Hyperscale AI Center)’인데요. 당시 GPT-3가 출시된 후 초 거대규모의 AI모델이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이와 같은 AI를 개발하기 위해 중장기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협력이 이뤄졌습니다.
기업이 대학의 특정 교수에게 예산 1~2억 정도의 소규모 과제를 주는 식의 기존 산학협력 방식과 달리, AI와 같은 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대학의 핵심 역량을 장기간 투입해야하는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기업과 대학이 R&D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사례가 등장했으며, 기업들이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돼 검증된 우수 인력을 발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기업들이 국내 대학들과 산합혁력에 나섰습니다. 여러 협력 사례가 진행되면서 산학협력 과정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있었던 서울대 AI대학원의 밤 행사에서 홍유석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은 “이전에는 과제 단위로 계약했다면, 이제는 연구 과제는 물론 인력 양성 프로그램, 장학금, 기업 재직자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엮어서 대학원과 기업 간의 얼라이언스를 맺는 모델이 돼야 서로(산학협력)가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며 산학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AI 인재가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산학협력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체 대학원 개설 추진하는 LG
이처럼 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고 연구에 참여한 우수 학생까지 확보하는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이 자체적으로 AI인력을 양성하려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업은 AI 기술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곳입니다. 기업 내에도 대학만큼이나 풍부한 경험을 확보한 인력이 존재하고 있죠. 또한 기업의 R&D 조직은 기술 활용의 최전선인 만큼 기업 내 인력들은 최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산학협력만으로는 기업의 이런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대학의 AI 인력 양성 과정 역량은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나는 폭증하는 AI 교육 수요를 채울 수 있는 교수진의 부족입니다. 미국 조지타운 내 정책 연구 조직인 CSET는 <AI Faculty Shortag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AI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미국 대학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과 AI 인력 간의 미스매치입니다. 국내 대학에는 AI 전공학과와 대학원이 존재하지만, 이들을 통해 양성된 인력이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이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요. 고질적으로 부족한 이공계 인재, 양적으로 부족한 대학의 AI 교육 과정, 여기에 실제 기술 변화에 뒤처지는 교육 과정, 이 삼박자가 맞물려 기업의 AI인력 수급에 악영향을 미친 겁니다.
교육계의 변화를 기다리기 힘든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내부 전문 인력을 교수진으로 활용해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LG입니다. LG는 2022년 사내에 ‘AI 대학원’을 개설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년 12월 국회에서 대기업이 사내에 정식 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현재 운영중인 사내 대학원을 교육부 인가 정식 대학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LG는 현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최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스스로 발굴할 수 있게 됩니다.
기업들의 AI 확보 노력은 외부 인재를 대상으로도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AI를 접목해 솔루션을 내놓는 ‘해커톤’ 행사를 열고 있는데요, 네이버, 카카오, 삼성 등 AI 활용이 필수가 된 국내 기업들이 특히 자주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정식으로 기업 내 AI 대학원 출범을 계획중인 LG 역시 ‘LG 에이머스(Aimers) 해커톤’을 2022년 하반기부터 개최해 최근에는 4기 과정을 끝마쳤습니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간 연합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
한국보다 선제적으로 AI 인재 육성에 나선 선진국 역시 AI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인재 부족에 가장 민감한 글로벌 ICT 기업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양 유수의 대학과 협약을 통해 교류협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23년 12월에는 IBM과 메타(Meta)가 주도해 결성한 ‘인공지능 동맹’에 코넬대학교를 비롯한 미국 5개 대학과 영국 2개 대학, 일본의 도쿄대가 참여한 바가 있습니다.
이에 못지 않게 눈에 띄는 사례는 기업들 간의 연합 체제 구축입니다. 올해 4월 4일, 벨기에 루벤에서는 Cisco를 중심으로 Google, IBM, Microsoft 등 8개 주요 기업과 6개 자문사가 참여해 인력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AI가 ICT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근로자가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외 기업 모두 AI 시대의 인재 확보와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려는 목표는 결국 AI시대의 최신 역량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함입니다. AI 기술 활용에 대한 기업 내부의 교육 이전에 개개인의 AI 기술과 트렌드 습득이 필요한 이유 역시, 현재를 넘어 곧 도래할 AI 시대에 스스로의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