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튜브 인기 순위를 보면 유튜버들이 사과하는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소위 ‘뒷광고’라 불리는 사태 때문인데요. 한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수천만 원의 홍보비를 받은 신발을 자기가 어렵게 구한 것처럼 소개했다가 논란이 생겼죠. 그 후엔 13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한 유튜버가 다른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를 폭로하면서 사태가 커졌어요.
요즘 기업이 유튜버 같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마케팅을 진행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잘못하면 기업과 유튜버 모두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사태였어요.
오늘은 뒷광고 사태와 관련된 마케팅 개념들을 살펴보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함께 알아봐요!
최근 몇 년간 ‘브랜디드 콘텐츠’는 뜨거운 광고 키워드였어요. 여러 콘텐츠 플랫폼이 성장하고, 모바일시대로 넘어오면서 과거처럼 ‘뻔한’ 광고는 소비자들이 쉽게 피할 수 있게 됐거든요.
얼마나 많은 유튜브 광고를 스킵했는지를 떠올려 보세요. 또, 사람들은 광고를 많이 올리는 페이스북 계정은 쉽게 차단해버리죠. 인터넷 브라우저에 광고를 막아주는 확장 도구를 설치하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광고가 소비자에게 닿지 못하면 광고는 효과가 없겠죠? 그래서 광고와 콘텐츠가 결합해서,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흥하게 됐어요.
‘하이트진로’와 ‘딩고뮤직’이 함께 발행한 ‘이슬라이브 시리즈’가 좋은 사례에요. 가수들이 흥겨운 술자리에서 특정 브랜드의 소주를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컨셉의 영상이에요. 영상마다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죠. 영상에는 특정 브랜드가 지속해서 노출되지만, 사람들은 광고라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요. 업로드된 지 3~4년이 됐지만, 현재까지 사람들이 찾아보고 답글 달 정도 인기가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됐어요.
닐슨의 리서치에 따르면 잘 만들어진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존의 프리롤 광고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어요. (*프리롤 광고: 영상 시작 전에 자동으로 시청해야 하는 광고)
1.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게 만들어요.
2. 시청자가 콘텐츠를 즐겼다면,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져요.
3. 협업으로 광고 노출을 늘릴 수 있어요. (연예인과 협업하면 팬에게 노출 가능)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필두로 제작된 콘텐츠였어요. 기존의 광고와 비교했을 때, 정보와 오락적 가치를 제공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적었어요. 적극적인 참여와 공유를 이끌기도 용이해요. 유튜버들이 광고주와 계약을 맺고 특정 브랜드의 치킨을 먹으면서 진행하는 먹방이나, 특정 게임을 즐기는 겜방 등이 대표적인 브랜디드 콘텐츠에요.
한 가지 더 소개하고 싶은 개념은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이에요. 스텔스는 영어로 ‘무언가를 몰래 하는 것’을 의미해요. 스텔스 마케팅은 말 그대로 광고 대상이 광고임을 눈치채지 못하게 광고하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하죠.
이 기법의 역사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1920년대 메이시 백화점의 한 상점에는 팔리지 않은 긴 하얀 장갑이 재고로 많이 남아있었어요. 상점의 주인은 25명의 옷을 잘 차려입은 우아한 여성들을 고용해서 흰 장갑을 끼고 지하철을 타도록 했어요. 지하철 승객들은 눈에 띄는 흰 장갑을 유행으로 인식했고, 이 여성들에게 장갑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죠. 그렇게 재고로 쌓인 장갑을 모두 판매하는데, 몇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요.
바이럴 마케팅도 스텔스 마케팅의 한 기법으로 볼 수 있어요. 페이스북에 올라온 실제 리뷰인 듯, 광고인 듯한 콘텐츠나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유머 콘텐츠 사이에 교묘하게 끼워넣는 광고들을 보셨을 거에요. 이런 마케팅 방법들은 스텔스 마케팅에 해당돼요.
광고인데 광고가 아닌 척하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스텔스 마케팅은 윤리적인 문제와 위법 가능성을 가져요. 소비자들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으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이 되고,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면 과징금을 물거나 손해배상을 해야할 수도 있어요.
‘뒷광고’는 브랜디드 콘텐츠와 스텔스 마케팅이 결합한 사례에요. 많은 기업들이 유튜버와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기를 원했지만, 유튜버와 광고주 모두 제작한 콘텐츠가 노골적인 광고로 보이지는 않기를 원하면서 발생한 사태죠.
표시광고법 제17조에 따르면 ‘부당한 표시, 광고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광고를 하게 한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그동안 인플루언서들은 지침이 모호하다는 점을 악용해 왔지만, 이러한 ‘뒷광고 실태’가 드러난 이후 앞으로 법의 감시뿐만 아니라 콘텐츠 소비자들의 감시도 벗어날 수는 없겠네요. 광고 표시를 은근슬쩍 숨기거나 심지어 광고가 아니라고 부정하던 유튜버들의 사과 영상들이 쏟아지는 이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때 기업들은 정직하게 광고임을 밝히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들과 기업들은 먼저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하고, 혹여 벌어지더라도 제대로 사과하는 법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 등을 잘 알아두고 적절히 위기관리를 해야겠네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 내 광고 표시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강화된 법 제도를 9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어요. 관련 개정안 전체 및 안내사항은 여기(hwp)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뒷광고’란 큰 논란이 있었으니 변화된 지침을 많은 사람이 주목할 것 같네요.